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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년 MBC 예능 합격 후기

by cody 2019. 8. 27.

https://cy.cyworld.com/home/27546554/post/9261878

 

2011, MBC 예능PD 합격 후기

------------------------------------------------------------------------------------------------------------------------ 이천명 가까운 지원자들 중 단 두사람에게만 주어진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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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명 가까운 지원자들 중 단 두사람에게만 주어진 MBC 예능 PD의 자리.
졸업을 앞두고, 처음 넣어본 전형에서 덜컥 주어진 합격 소식은, 내 인생 너무나도 큰 선물이 되었다. 
이 과정 속에서 느낀, 혹은 새삼 확인한 사실들이-
언론사를 준비하거나, 혹은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꿈을 쫓는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나마될까 후기를 적어본다.
나는 거의 10년째 TV를 거의 보지 않은 채 살아왔다.
TV가 없었던 기숙사에서 3년을 살고나자, 그냥 보지 않는 것이 버릇이 되어버렸던 것 같다.
PD가 되겠다는 사람이 TV를 보지 않는다는게 스스로 우습기도 했지만- 사실 볼 시간도 별로 없었다.
학기 중에는 학과 공부와 아르바이트, 교회 사역들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방학이 되면 읽고 싶던 책들을 잔뜩 읽고, 여행을 떠나고, 친구들과 공연과 촬영을 하고, 글을 읽고 쓰느라 여념이 없었다.

스펙도 없다.
친구들과 함께 아프리카 교육사업 지원과 국내 난치병 환자 지원금을 마련하기 위한<나눔의 기적>프로젝트를 매년 진행했지만-
서류에 쓸 수 있는 봉사활동 시간은 전혀 주어지지 않는다.
좋아하는 일 쫓아다닌다고 인턴 한 번 넣어본 적 없고, 자격증도 수상경력도 깨끗하다.
'우리끼리 좋아서 신나서'하는 일에, 누가와서 증명서를 써줄리야 없었으니까.
혹시나 쓸 일이 생기지 않을까싶어 봐둔 토익 840점,
그리고 군복무 때 받았던 '6성대우 모범장병 표창'이 내가 가진 스펙의 전부다.
그나마 내게 아름다운 대학생활의 추억을 남겨준 연세대학교-가 소위 '학벌'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공중파 PD 지원자의 상당수가 명문대 재학생이거나 졸업생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마저도 그리 특별할 것은 아니리라.

시험준비도 안했다.
PD시험이 그동안 어떻게 나왔는지, 어떤 내용들을 알고 있어야 하는지- 서류전형을 넣고 나서야 알아볼 수 있었다.
'아랑'이라는 카페가 있다는 것도 그때 들어서 알았다. 들어가보고 깜짝 놀랐다.
다른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언론사에 입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았다는 사실 때문에.
중요한 것은, '시험'준비를 안했을 뿐-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란 사실이다.
PD시험을 통과하기 위한 준비-는 하지 않았지만, 생활 속에서 '좋은 컨텐츠를 만들기 위한 고민'은 끊임없이 해왔다.

내 꿈은, 'PD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몸과 마음이 가난하지 않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꿈이란 '무엇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PD가 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할까?'가 아니라,
'그런 세상을 이루어가려면 무엇을 해야할까?'를 고민해왔다.
그 꿈은, 반드시 PD가 되어야만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 나를 신나고 즐겁게 만들어 온 일들이 PD라는 직업과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기에-
그 꿈을 PD라는 자리에서 이루어갈 수 있다면 더 없이 신나겠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그래서, PD가 아니어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떨어지면 또 그런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는 다른 일을 얼른 찾아봐야지- 하고 생각했다.
NGO단원도 좋고, 독립프로덕션들도 좋았다. 그것도 기대가 되었다.
PD만이 유일한 길이 아니란 생각이 오히려 두둑한 배짱을 챙겨주었다.
때문에- 내가 준비한 것은 'PD시험'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가난하지 않은 세상'이었다.
그리고 '만약 내가 PD가 된다면, 어떻게 그 꿈을 이루어갈 것인가?'를 고민했다.
'만약 내가 PD가 된다면, 그 꿈을 이루어가기 위해서 어떤 실력들이 필요할까?'를 고민했다.
그리고 그 답은, 다른 어느 곳, 어느 때-가 아닌, 지금, 여기에서 찾고자 노력했다.
하나님은 이 모든 과정을 신실하게 인도해주셨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간이기에, 미래를 준비하며 경영한다는 속빈 말보다-
하루하루 주어진 삶을- 진심을 다해 살아가는 것만큼 실속있는 삶도 없음을 깨닫게 하셨다.

1차: 서류전형
사실 가장 걱정되었던 전형이다.
특별한 경력사항도, 수상경력도, 자격증도, 봉사활동 시간도 전혀 없는-
깨끗한 내 이력서를 가지고도 과연 서류를 통과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를 충실하게 쓰고자 노력했다.
애써 튀는 이야기를 만들기보다는- 내가 지금껏 해온 내용들을 정해진 분량안에 최대한 내실 있게 담았다.
거의 '전무한' 스펙에도 불구하고 서류가 통과된 것을 보면-
노력한 자기소개서를 인정 받았든지, 아니면 적당히 학벌로 걸러졌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다.
전자일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다음은 2011년 전형에 제출했던 자기소개서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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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기소개
콘텐츠의 힘은 세가지, 즉 이야기, 사람, 그리고 진실성으로 요약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야기'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늘 책 읽는 것을 좋아했고, 즐거운 이야기를 발견하면 누군가에게 들려줄 생각에 안달이 났던,
그래서 학교에 가면 늘 이야기를 듣는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아이였습니다.
인터넷에 소설을 연재할 때도, 노트에 그린 만화가 전교를 오가며 탐독될 때도,
그리고 급기야는 카메라를 들고 나홀로 작은 영화와 UCC를 만들기까지,
내 이야기를 보고 들으며 웃고 우는 사람들을 보는 그 희열에 몸부림치곤 했습니다.

또,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혼자 기차를 타고 전국을 다니며, 낯설지만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에 여행을 시작했고,
그 역마살에 못이겨 나홀로 지구를 한 바퀴 돌며 수많은 사람들과 그 속의 이야기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진실성'에 목말라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날수록, 한 명 한 명은 참 좋은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빚어내는 갈등을 점점 더 보았습니다.
진실은 통한다고 믿지만, 이 사회에 그 진실의 소통과 이해가 참으로 척박하다는 사실이 갈수록 새삼스러워졌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을 전공했습니다.
소통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조금씩 커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사회에 그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예능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콘텐츠의 세가지 힘은 결국 웃음과 눈물이라는 접점에서 만나고, 그곳에 예능이 있습니다.
의미있는 콘텐츠를 좋아합니다. 그러나 재미없는 콘텐츠는 전달되지 않고, 전달되지 않는 의미는 무의미합니다.
누군가는 유치하다 말하기도 하지만, 어떤 이들에겐 삶의 유일한 위안이 바로 예능 프로그램의 재미입니다.
의미보다 깊은 재미를 담는 PD가 되고 싶습니다. 그동안 MBC가 그렇게 해왔습니다.
바로 그 MBC에서 '예능으로 소통하는 사회'를 보고 싶습니다!

2. 나의 무한도전: 내가 열정을 다했던 경험
소설, 만화, 연극, 뮤지컬, 영화, 콘서트... 마침 친구들은 모두 예술을 전공하는 녀석들 뿐이기에,
저는 장르를 넘나들며 신나게 무대와 콘텐츠를 만들곤 했습니다.
그 한 번 한 번의 과정들 모두가 열정 없이는 불가능했지만, 진정 열정을 다했던 기억은 따로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끼리만 즐거워하는 것은 의미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우리의 재능으로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마침 다니는 교회의 추수감사절이 다가왔기에, '감사를 나누어보자'는 생각에
지역대학병원과 연계를 맺고 소아암 환자 수술비를 지원하는 콘서트를 기획했습니다.
그 결과 6명의 아이들에게 100만원씩 지원할 수 있었던 600만원의 시작은, 소박했지만 큰 감동이었습니다.
그 감동은 '나눔의 기적'이라는 프로젝트로 매년 이어지게 됐고,
저는 2009년부터 모든 과정을 기획하고 총괄하는 책임을 맡았습니다.
2009년에는 '우물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케냐의 식수펌프 공급사업과 지역의 난치병 아동을 후원하기 위한 2000만원을, 2010년에는 '북적북적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부르키나 파소, 부룬디, 탄자니아의 교육사업을 후원하는 1000여만원을 모금했습니다.
대학생으로서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 금액을 만들기 위해 며칠씩 밤을 새며 홍보영상을 제작하고, 거리공연을 기획하고, 뮤지컬 대본을 썼습니다. 국내에서는 아프리카 도서관을 지원하는 NGO를 찾지 못해 미국 NGO들에까지 메일을 보냈고, FAVL이란 이름의 NGO로부터 답장이 왔을 때의 기쁨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10주에 걸쳐 목표했던 모금액을 달성했을 때는, 기뻐하는 친구 사이에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지금은 탄자니아 공립교육시설을 후원하는 '날아라 블랙보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우리의 나눔으로 그곳에 기적을 선물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 각박한 세상에 사람들이 자신의 시간과 돈을 나눈다는 그것이 기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더 많은 기적을 만들어가기 위한 제 열정은 아직도 넘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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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는 그야말로, 최종면접까지 활용되는 중요한 자료다.
세 번에 걸친 면접과정 속에서, 면접관들은 두번째 항목의<나눔의 기적>이야기에 관심을 보였다.
<나눔의 기적>은, 정말이지 하나님의 사랑과 감사를 나누고자하는 목적 말고는 다른 생각따윈 전혀 없었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과정들이 내가 PD가 되는데 가장 중요한 양분들을 제공했다.
진짜 실력은 진심 속에서 쌓이는 것일테다.
(3년에 걸친<나눔의 기적>프로젝트를 위해 만들었던 수많은 영상들 중 몇가지를 소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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