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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의 낙천주의

by cody 2019.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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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정원 - 박찬욱의 낙천주의

“제가 이 상을 주게 되어서 너무나 기쁩니다. 심사위원대상은 박찬욱의 ‘올드 보이’!” 올해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장이었던 쿠엔틴 타란티노는 흥분한 듯이 벌떡 일어나서 소리 쳤다. 잘 알려진 것처럼 타란티노는 올해 칸영화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공공연하게 ‘올드 보이’를 지지했고, 기대보다 큰 영광을 안고 박찬욱 감독은 한국에 돌아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영화가 최민식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겨줄 것이라고 생각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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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상을 주게 되어서 너무나 기쁩니다. 심사위원대상은 박찬욱의 ‘올드 보이’!” 올해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장이었던 쿠엔틴 타란티노는 흥분한 듯이 벌떡 일어나서 소리 쳤다. 잘 알려진 것처럼 타란티노는 올해 칸영화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공공연하게 ‘올드 보이’를 지지했고, 기대보다 큰 영광을 안고 박찬욱 감독은 한국에 돌아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영화가 최민식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겨줄 것이라고 생각했고, 박찬욱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박찬욱은 그런 사람이다. 그게 좋은 건지 아니면 나쁜 건 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는 자기에게 행운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혹은 행운은 항상 다른 사람의 몫이라고 말하는 쪽을 택한다.



박찬욱을 내가 처음 만난 것은 군대를 제대하고 난 다음이다. 그때 그는 막 대학교에 입학한 새내기였고,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그렇게 영화를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의 동기 학번들이 대부분 그러했다. 왜냐하면 시대는 이제 막 1980년대, 화염병과 걸개 그림, 격문과 페퍼 포그의 아비규환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매우 조용한 사람이었고, 그의 친구들이 영화책을 보고 동서고금의 영화에 관해서 거품을 물고 이야기할 때에도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는 그렇게 눈에 드러나 보이지 않는 편이었다.



사실 그가 영화를 만들겠다고 현장에 갔을 때에도 다들 그가 영화 평론가가 될 줄 알았는데 매우 의외의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는 글을 참 잘 썼고, 반면에 남들과 함께 하는 일은 항상 서툴렀기 때문이다. 그는 이장호 감독의 연출부를 한 다음, ‘엽기적인 그녀’로 잘 알려진 곽재용 감독의 ‘비오는 날의 수채화’에서 조감독을 했다. 그런 다음 아주 나쁜 조건으로 첫 번째 영화 ‘달은… 해가 꾸는 꿈’을 만들었다. 매우 우울하고 이상한 멜랑코리가 감도는 이 영화는 흥행에서 완전히 실패했다. 1990년의 일이다. 그런 다음 그는 거의 지옥 같은 10년을 통과했다.



그가 준비하는 영화들은 온갖 이상한 이유가 원인이 되어서 모두 엎어 졌다. 심지어 ‘테러리스트’는 그가 시나리오까지 모두 쓴 다음 여차저차한 이유로 감독이 바뀌었다. 이런 경우 충무로에서는 ‘피를 토하고 죽을만한 일’이라고 부른다. 절치부심 끝에 두 번째 영화 ‘삼인조’를 만들었지만 끔찍할 정도의 실패를 다시 경험했다. 모두들 그는 여기서 끝났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대부분 여기서 끝난다. 그러나 그는 계속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 다시 준비하고 또 준비했다. 그런 다음 ‘공동경비구역 JSA’로 거의 기적처럼 살아 돌아왔다. 이 영화는 10년 만의 세 번째 영화이다. 아무 기약 없이 10년을 버티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은 포기하거나 인간이 망가진다. 



그 해 부산영화제에 나는 홍콩영화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초대받았다. 파티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해운대 거리를 걸어가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술에 약간 취한 박찬욱이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후배라 할지라도 성공한 ‘직후’의 지인은 안 만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기 때문에 의례적인 인사만을 하고 갈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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